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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Food

제주 협재 맛집 수우동 (개인정보 노출, 면 식감, 달걀 튀김)

by 꿀버얼 2026. 4. 2.

솔직히 저는 수우동을 두 번째는 안 갈 줄 알았습니다. 뷰는 정말 멋졌지만, 예약 시스템과 음식에서 예상과 다른 부분이 꽤 있었거든요. 협재해수욕장 바로 앞에 자리한 이 우동집은 제주도에서 손꼽히는 웨이팅 맛집입니다. 저는 가족이 저녁 비행기로 제주에 오는 날, 성산으로 이동하기 전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예약하러 갔습니다.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예약 방식, 이건 좀 심각합니다

수우동은 예약을 받는데, 직접 가서 노트에 이름과 전화번호, 인원수, 메뉴를 손으로 적어야 합니다. 저는 10시 30분 첫 타임 예약을 위해 7시 5분에 도착했는데, 이미 두 팀이 적혀 있었습니다. 제가 세 번째로 이름을 적었죠.

새벽에 방문한 수우동. 사진 속 여성분이 2번째 예약자다. / 예약을 위해서 7시 5분에 방문한 수우동. 10시 30분 입장은 내가 3번째로 대기명단에 올림

그런데 이 방식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노트가 완전히 공개돼 있어서, 앞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아무 제약 없이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좌석 배치도 순서대로 안쪽부터 차례로 앉히기 때문에, 저는 제 옆에 앉은 여성분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고 있고, 얼굴도 봤습니다. 예약할 때 찍어둔 사진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

막연히 개인정보를 아는 게 아니라, 함께 밥을 먹으며 얼굴까지 특정할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누군가 악의를 가지면 충분히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캐치테이블이나 대기표 시스템을 쓰는 가게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우동은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는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협재해수욕장에서 바라 본 비앙도
협재해수욕장에서 바라 본 비앙도

예약 후 시간까지 협재해수욕장을 걸었습니다. 어제 다녀온 비양도가 멀리 보이고, 평일 아침인데도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시간에 맞춰 다시 가니 대기자가 많았고, 순서대로 호출돼 입장했습니다. 저는 큰 창 옆에 앉았는데, 창밖으로 작은 마당과 낮은 돌담, 푸른 하늘과 바다, 비양도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두가 들어서자마자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편하게 음식 사진을 찍을 수 있었죠.

탱글탱글한 면을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물컹했습니다

저는 자작냉우동과 모둠 튀김,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누구나 시킨다는 시그니처 메뉴였으니까요. 먼저 맥주를 마셨습니다. 멋진 풍경 앞에서 마시는 술은 확실히 맛이 다릅니다.

자작냉우동이 나왔습니다. 달걀 튀김과 어묵 튀김이 얹어져 있고, 레몬이 함께 나왔습니다. 국물은 적당히 짜고 시원했습니다. 가격이 13,500원으로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양과 토핑을 보니 이해는 됐습니다.

그런데 면을 처음 먹어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탱글탱글하다는 후기만 봤는데, 실제로는 퍼진 듯 물컹했거든요. 양옆을 봤습니다. 모두 말없이 열심히 먹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면을 조금 길게 삶은 듯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쫄깃한 식감은 아니었어요.

얹어진 어묵 튀김은 젖어 있어도 맛있었습니다. 달걀 튀김은 남겨뒀다가 우동을 반쯤 먹고 풀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적힌 '맛있게 먹는 법'에 그렇게 하라고 나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 입맛엔 달걀의 비릿한 향이 올라왔습니다. 제가 잘못 푼 건지 모르겠지만, 온센타마고가 텐동 덮밥에는 어울려도 냉우동에는 별로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맛있게 먹는 듯했지만, 늙은 제 입맛엔 따로 먹는 게 나았습니다.

자작 냉우동과 맥주, 모듬 튀김

모둠 튀김이 나왔습니다. 혼자 우동과 함께 먹기엔 양이 많았고, 튀김 자체는 맛있게 잘 튀겨졌습니다. 다만 우동 양도 많은데 튀김까지 먹으려니 배가 너무 불렀습니다. 맥주까지 시킨 입장에서는 튀김이 먼저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결국 수우동은 맛있는 집입니다. 창밖 풍경도 정말 멋지고, 실내에 들어선 사람들이 빠짐없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니 잠시 젊어진 기분이었습니다. 다만 면 식감과 달걀 튀김은 제 기대와 달랐고, 개인정보 노출 문제는 꼭 개선됐으면 합니다. 뷰와 튀김만으로도 다시 갈 이유는 충분하지만, 다음엔 온우동보다는 냉우동에 튀김을 추가로 시킬 생각입니다.